둠의 창조자들: 제국을 만들고 대중 문화를 변화시킨 두 남자
2024년 7월 9일

둠(DOOM)을 개발한 호수 옆 오두막에서 시작한 게임 개발 팀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로켓 과학자 John Carmack과 록 스타 John Romero가 어떻게 시대를 통째로 뒤흔든 게임을 만들어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던 부분들입니다.1 저는 이 글귀들을 볼 때마다 존 카맥의 탁월함과 도전 정신에 많이 고무됩니다.
테르밋
카맥에게 폭탄은 스릴있는 놀잇감이기보다는 화학 공학이었다. 멋지게 과학자 놀이를 하고, 덤으로 물건이 터지게 하는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맥과 친구들은 온라인에서 찾은 제조법을 실행에 옮겼다. 성냥개비 머리를 잘라 질산암모늄과 섞어, 질산칼륨과 설탕으로 연막탄을 만든 것이다. 고등학교 과학 수업에 나오는 재료로 유연하고 강력한 폭발물인 테르밋을 만들어 냈다. 그걸로 방과 후에 다리 밑에서 콘크리트 벽돌을 터뜨리곤 했다. 어느 날 그들은 폭탄을 더 실용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컴퓨터를 얻기 위해서였다.
Ideas from the Deep @레이크하우스
Pizza Money!
이 호숫가에 방 네 개짜리 집이 임대로 나온 걸 발견하고 빌린 것이다. 제이가 싸구려 보트를 사서 그 집에 정박해두고, 수상스키나 니 보드를 하러 갈 때 자주 쓰곤 했다. 수영장도 있는 넓은 뒷마당에는 바비큐장도 있어서 요리를 좋아하는 제이가 [고인물 가족 플린소톤]에 나올 듯한 갈비살을 굽곤 했다. 전망 좋은 창이 많이 있는 집으로, 커다란 거실과 깊은 자쿠지 욕조가 있는 큰 욕실도 있었다. 제이가 냉장고에다 맥주통도 설치해두었다. 게임을 만들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중략) 그들은 72시간동안 크런치 모드 상태에 들어갔다. 아무도 잠을 자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카페인 음료를 마셨다. 피자를 계속 배달시켰다. 제이는 그릴에다 버거와 핫도그를 대량으로 구워냈는데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도 많았다. (중략) 밤에 레이크하우스에서 <커맨더 킨>을 만드는 한편 낮에는 게이머스 엣지에 들어갈 게임 작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소프트디스크의 컴퓨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빌리게” 되었다. 매일 밤 차를 사무실 앞에 대고 컴퓨터를 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컴퓨터를 다시 제자리에 감쪽같이 돌려놓았다. 여기에 자부심을 느끼기까지 했다.
특허
알은 이런 횡 스크롤을 PC에서 처음 보았기에 카맥에게 말했다. “이야, 이 기술 특허 내봐.” 카맥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져서는 말했다. “만약 내게 무엇이든 특허 낼 것을 요구하신다면, 퇴사할 겁니다.” 카맥은 모든 과학기술의 문화와 배움과 학문은 이미 존재하는 타인의 업적을 바탕으로 세워진다고 생각했다. 근데 특허를 낸다는 건 마치, ‘글세, 이 아이디어는 내 거니까, 너는 이 아이디어를 어던 식으로든 더 발전시켜서는 안 돼. 왜냐하면 이 아이디어는 나의 소유니까’ 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고,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아 보였다.
페라리
카맥이 차를 몰고 노우드의 자동차 가게에 가자,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주인이 손에 기름을 묻힌 채 걸어 나왔다. 카맥이 신중하게 말했다. “제가 이 328을 샀습니다만, 이게 좀 더 빨라졌으면 합니다.” 노우드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터보부터 답시다.” 카맥은 새 친구를 찾았다.
<둠>의 업로드
제이는 게이머들로 가득 찬 채팅 채널에 접속해서 타이핑했다. “주목해주세요. 죄송하지만 여러분을 위스콘신 사이트에서 내보내야만 합니다. 업로드가 안 되고 있거든요. 게임을 올릴 수 있게 사이트에서 나가든가 게임을 못 올리게 하든가 여러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게이머들은 황급히 사이트에서 나갔다. 제이가 마지막으로 버튼을 눌렀고 연결되었다. 마침내 <둠>이 출시되었다.
블랙잭
1998년 2월 8일이었다. 카맥은 자기 두뇌를 시험할 참이었다. 블랙잭 카드 게임에서 카드를 세면서 말이다. (중략) “통계와 확률에 합리적인 근거를 두고, 행운, 운명, 업보, 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나에게 흥미를 주는 유일한 카지노 게임은 블랙잭이다. 블랙잭을 제대로 하는 것은 개인적인 단련에 대한 시험이다. 하는 방법과 카드 세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규칙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어려운 부분은 본능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로봇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행 전에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카맥은 평상시 하던 방식대로 공부했다. 책을 몇 권 읽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블랙잭에서 돌린 카드의 통계를 시뮬레이션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중략) 다음 번 카지노에 갔을 때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세 명이 그를 둘러싸고는 “블랙잭 말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해주시면 감사하곘습니다.“라고 말했다. 테이블에 있던 다른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맥을 바라보았다. “왜 사람들이 당신한테 이러는 거예요?” 한 여자가 물었다. “내가 카드를 세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카맥이 말했다. “당신이 그 모든 다른 카드를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네. 그런 겁니다.” “음, 무슨 일 하시는데요?” “컴퓨터 프로그래머입니다.” 카맥이 안내에 따라 출구로 향하면서 대답헀다.
회고.plan
이름: 존 카맥 설명: 프로그래머 프로젝트: <퀘이크 2> 마지막 업데이트: 02/1998 03:06:55 (중부 표준시)
오케이. 업데이트가 너무 늦었네요.
연구 여행은 좋았습니다. 일주일동안 다이어트 코크를 사러 갈 때를 빼고는 내내 호텔에 있었어요 제멋대로시간을 보낸 탓인지 사무실의 작은 방해요소들이 전보다 더 괴롭습니다. 회사가 바쁘지 않은 기간에는 규칙적으로 일주일 정도 연구여행을 다녀오게 될 것 같습니다. 한 분기에 한 번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트리니티 작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퀘이크는 최종 아키텍처가 자리 잡기 전에 잘못 시작한 것(광선 나무, 포탈 등)이 많이 있었고, 그래서 저는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이 최종 제품에는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약속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것은 전혀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가능성이 무척 즐겁습니다.
최종 제품만 바라보며 노력하면서 그 과정은 단지 최종 제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게임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것도 존중하지만, 저의 동기는 조금 다릅니다.
저에게는 훌륭한 제품을 출고하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 성취 과정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나는 예전 제품 출시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킨>에서 스크롤링을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CRTP 랩어라운드 기법을 사용했던 것은 중요한 통찰로 기억합니다. (사실 애플II 어셈블리 언어에서 병렬 배열 구조의 장점을 이해하던 때까지 거슬러 갑니다.) 지식은 지식 위에 세워집니다. 나는 당시 학습 경험이 얼마나 풍부했는지에 따라 인생을 구분하여 돌아봅니다.
학창 시절 애플II 컴퓨터를 사용하며 기본 기술을 익혔지만, 자료가 부족해서 더 많이, 더 빨리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프로그래머들은 훨씬 더 상황이 좋지요. 저렴한 중고 PC, 리눅스 CD, 인터넷 계정을 비롯해서 어떤 수준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부하더라도 여러분에게 필요한 툴과 자원이 다 있습니다.
소프트디스크에서 보낸 첫 6개월은 PC에서 작업하면서 놀라운 학습 경험의 시기였습니다. 나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프로그래머들(로메로와 레인 로스)과 처음으로 함께 했고, 많은 책들과 자료를 보면서 오로지 프로그래밍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그후 2년은 <둠>과 제가 만든 다양한 비디오 게임 콘솔 작업으로 절정을 이룬 시기로, 그래픽, 네트워킹, 유닉스, 컴파일러 제작, 교차 개발, 리스크 아키텍처 등 몇몇 분야에서 기술과 지식을 꾸준히 쌓아올렸습니다. <퀘이크> 개발 첫 해는 멋졌습니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정말 많이 시도헀고, 마이클 에이브래시가 저의 동료가 되었습니다. 제가 <둠>을 만들 때 기존 3D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는 걸, 제대로 공부한 프로그래머들이 안다면 아마 놀라겠지요. 세상에, 벽 폴리곤을 제대로 자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극좌표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죠.) <퀘이크>는 새로운 혁신을 찾기만 할 게 아니라 기존 것들을 제대로 배우도록 나를 몰아붙였습니다.
<퀘이크> 개발의 마지막 6개월은 거의 그 망할 것을 끝내기 위한 고통스러운 몸부림이었습니다. 결국 다 잘 되었지만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게 기쁘지는 않습니다.
<퀘이크 2>의 개발 주기는 저에게 적당한 학습 경험 (GL퀘이크, 퀘이크 월드, 라디오시티, 오픈GL툴 프로그래밍, 윈32, 기타 등등)이 있었고, 단호하게 밀고 나가기 전에 여러 가지를 면밀히 살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트리니티 개발 기간은 <퀘이크> 때만큼이나 보람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은 이해에 도달했으며, 완전히 새로운 몇 가지 분야(그래픽이 아닌)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들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과 융합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에도 끝내주는 게임이 나올 겁니다. :)
마지막 말
카맥은 미래에 남겨줄 유산과 같은 거만한 표현을 거부했지만 거듭 물으니 한 가지 생각을 말해주었다. “정보화 시대에 장벽은 없습니다.“로 시작해서 그는 계속 말했다. “그 장벽은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 거대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싶으면 수백만 달러의 자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피자와 냉장고에 넣어둔 다이어트콜라, 작업을 할 저렴한 PC, 그리고 그것을 헤쳐 나갈 헌신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는 바닥에서 잤고, 물살을 헤치며 강을 걸어서 건넜습니다.” 그는 경고 없이 발사 버튼을 눌렀고,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 위로 로켓이 높이 솟구쳐올랐다.
데이비드 쿠쉬너(글), 이효은 번역, 둠의 창조자들, 스타비즈, 2022년 12월 31일. ↩︎